재고 세고! - 수와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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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 길벗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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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박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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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정보
먼저 우리말의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주자!
외국어 실력이 공부나 취직, 연봉을 결정하는 시대 한 켠에서는 국어 실력이 밥 먹여 준다
고 목청껏 외치는 소리가 있습니다. 사실 살다 보면 이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역시 국어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른책, 아이책 할 것 없이요. 그런데 실력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서인지, 주로 맞춤법이나 틀린말 바로쓰기 같은 내용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물론 우리말을 바로 쓰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끄덕일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말 실력을 말하기 이전에 과연 우리말이 어떤 말인지, 우리말의 세계를 보고 느끼는 게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누구라도 알 만한 동요 입니다. 송알송알 조롱조롱 대롱대롱. 입을 오물오물거리면서 이렇게 다양하게 이슬이 맺혀 있는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 느낌도, 뜻도 조금씩 다른 말이 저마다 예쁘고 개성이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아름다운 말들입니다. 우리말이 아름답다는 말은 그저 상투적인 말이 분명 아닙니다.
이런 우리말의 아름다운 세계를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물론 동화, 동요들이 우리말의 아름다운 세계를 너나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갖가지 우리말 사전은 아름다운 우리말 세계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낱낱이 흩어져 있거나 한데 뭉쳐 있을 때는 우리말이 참재미있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아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말의 아름다운 세계를 더 잘 볼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말을 갈래 쳐서 끼리끼리 모아보는 것입니다. 다양한 손주먹 크기를 나타내는 자밤, 줌, 움큼, 모숨이 끼리끼리 어울려 있으면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비슷한지 잘 보입니다. 그냥 말들을 흩어놓고 보는 거랑은 확 달리 낱말 하나하나의 느낌과 뜻이 쏙 들어옵니다. 손주먹 크기 하나도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하는 우리말 세계가 한눈에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시리즈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쉽게 잘 보여주는 작은 어린이 사전입니다. 맨 처음으로 ?재고 세고!?라는 제목으로 수와 양을 나타내는 우리말들을 갈래 지어 끼리끼리 담았습니다. 우리가 예부터 어떻게 재고 세 왔는지 한눈에 다 볼 수 있도록 말이지요.
끼리끼리 엮어 재미있게 보여주는 재고 세는 우리말
요즘은 도량형을 통일한다는 명목으로 우리가 흔히 쓰던 평이나 푼, 치 같은 전통적인 단위대신 미터나 그램법을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오랫동안 재고 세면서 써왔던 우리말들이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고 세는 우리말들은 미터나 그램처럼 아주 정확하지는 않아도 자 대신 저울 대신 손으로 몸으로 재고 셀 수 있어 편리하고 창조적이지요. 사실 지금 어른들이 아이였을 때는 손뼘 잴 일이 많았습니다. 구슬치기나 자치기를 하면서 또 날마다 짝과 책상 너비 다툼을 하면서 바삐 손뼘을 쟀지요. 뼘과 마디가 훌륭한 자 노릇을 했던 것이지요.
이 책에서는 예부터 써오던 재고 세는 우리말들을 길이, 양, 물건, 수와 나이, 시간과 날짜를 재고 세는 말들로 갈래를 쳐서 끼리끼리 묶었습니다.
뼘, 마디, 아름, 발, 길. 이렇게 늘어놓으면 한눈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금방 들어오지 않습
니다. 그런데 짧은 길이를 재는 뼘과 마디, 조금 긴 길이를 재는 아름과 발?길을 끼리끼리 묶어 두면 한눈에 어떻게 뜻이 다른지, 느낌이 다른지 금세 알게 되지요. 말에 따라 나는 작은 차이를 알고 느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우리말의 갖가지 표정이 다 보입니다.
끼리끼리 묶는 데 그치지 않고 재고 세는 말들을 알아보기 쉬운 작은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한 자밤과 한 줌, 한 모숨의 차이를 그림으로 한눈에 척 알아보게요. 눈으로 보면 금방 뜻을 알게 되지요. 아이들이 그동안 쓰지 않거나 모르던 말이라도 쉽게 뜻을 알게 됩니다.
뼘과 마디, 아름과 발처럼 길거나 짧거나, 굵거나 가늘거나에 따라 재는 말이 다 다른 게 우리말은 참 다채롭기도 합니다. 그리고 벌, 켤레, 매, 손처럼 똑같은 두 개지만 물건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게 참 친절하기도 합니다. 자밤, 줌, 움큼, 모숨처럼 같은 양이라도 손으로 쥐는 정도에 따라 다른 표현이 참 섬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말은 재미있고 아름다운 말이지요. 물론 한글도 우수하지만 한글로 쓰여지는 우리말이 참 우수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말이 한자나 영어 같은 외국어나 새로운 말들에 밀려 점점 잊혀지고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우리말 어휘가 점점 줄어들고 말이 초라해지고 무뎌지는 것이지요. 특히 아이들의 말은 더 그렇습니다. 이미 초라해지고 무뎌진 우리말 환경에서 자라고 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바로 쓰는 법을 알려주기 전에 먼저 우리말의 아름다운 세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우리말의 풍부한 세계를 느끼고 자기말로 만들어가는 가운데 아이들은 표정이 풍부하고 섬세한 사람으로 성장해 갈 것입니다.
글쓴이는 우리말 연구가 박남일 선생님. 이미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으로 충실하고 단단한 우리말 정리의 새로운 모범을 보여준 분입니다. 그 내공 위에서 우리말의 풍부한 세계를 아이들에게 맞춤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고 세는 우리말에 이어 앞으로 어떤 우리말 세계가 더 펼쳐질지 벌써부터 참으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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