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 건축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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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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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 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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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김진화,에블린페레크리스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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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정보
글을 시작하며
제1장 벽의 재료 돌과 벽돌: 큰 배열 그리고 작은 배열/도료의 마술/흙과 콘크리트: 육중함과 동질성/뼈대와 채움/천, 유리, 금속 그리고 ……
제2장 벽의 역사 경계 짓기/가두기/지탱하기
제3장 벽의 재현 벽과 기억/벽과 무의식/벽과 상상
제4장 벽은 발언권을 갖고 있다 장식/일탈/새기기/건너가기
글을 마치며
참고도서/옮긴이의 글/인명해설?찾아보기
2001년 프랑스의 에디시옹 알테르나티브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된 후 유럽 여러 나라와 일본에서 번역되어 큰 호응을 얻은 책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건축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책들이 각 지역과 시대의 주요 건축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이 책은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지은이는 ‘벽’이라는 건축적 요소에 중점을 맞추어 벽이 우리 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며 발전되었는지를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면서 시ㆍ공간 여행을 이끌어간다. 벽의 의미가 단순히 경계를 짓는 기능에서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면서 종족을 보호하고 식량을 보존하는 진보된 기능을 갖게 되고, 그 후 도시국가가 형성되면서 좀더 강력한 방어체제 기능을 갖출 뿐 아니라 이념의 방어체제를 확고히 하기에 이르는 역사적 과정을 살핀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의 진보 덕분에 콘크리트와 금속과 같은 재료의 무한한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지만, 과거 선조들의 손때가 흠뻑 묻어있는 재료의 순수함이 오히려 우리에게 더 풍요로운 정서를 가져다줌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예술가나 문인들에 의해 작품의 중요한 소재로 승화되어 우리의 정서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 또한 간과하지 않는다. 현대에 들어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벽보나 광고판은 선사시대부터 인간이 벽과 나눈 관계의 현주소라는 지적은 흥미롭다.
왜 ‘건축’이 아니라 ‘벽’을 말하는가?
“여기 벽이 있다. 그 뒤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 건축가가 대담하게 이런 궁금증을 던질 수 있을까? 그것은 건축을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역사, 철학, 종교 그리고 문학으로 재조립하려는 또는 건축의 세계를 넘어 세상 구석구석을 발로 딛고 들여다본 후 건축에 담긴 고유의 시대 정신을 찾아내려는 건축가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벽》의 저자 에블린 페레 크리스탱은 특별한 건축가이다. 그녀는 보통 사람이 자연스런 호기심과 지적이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건축을 보고 해석하는 것을 돕고자 이 책을 기획하였다고 말한다. 건축을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포착하려고 한 것이 바로 이 책의 중요한 목적이며, 더 말할 것도 없는 지은이가 의도하는 계몽이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보게 되면 왜 지은이가 '벽'을 선정했는지 명확해진다. 그것은 건축이라는 큰 대상을 작고 취급하기 쉽게 만들어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로 내려놓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독자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생각을 펼쳐보게 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인 것이다. 또한 벽은 국가를 초월해, 역사를 초월해 인간이 삶을 펼치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든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구조물이라는 점이 그 두 번째 이유이다. 그것은 건축의 문제를 인간과 관련된 보편적 요소로 환원시킬 수 있도록 한다. 그 본질적인 점 한 가지만 염두에 둔다면 아무리 화제가 확산되어도 괜찮다. 오히려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보편성이 더욱 강조되는 장점이 따르게 된다.
세상에는 어떤 벽이 있나?
이 책은 벽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벽은 역사와 민족, 지역을 초월해 존재하는 것이니 만큼 이 여행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세계일주가 될 것이다. 먼저 정치ㆍ종교적 이해에 의해 세워진 벽들을 보자. 아직도 보는 이의 가슴을 서늘케 하는 히틀러 군대의 유럽전초기지 ‘대서양 방벽’, 2000년 동안이나 유대인의 신앙과 희망을 대변하던 ‘통곡의 벽’, 베를린 시민의 살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 등이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벽은 지역적 환경이나 세우는 자의 의지에 따라 또다른 모습을 갖는다.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화강암으로 세워진 ‘가브리니 거석’과 ‘푸제르 성벽’, 수도사들이 직접 돌을 채취해 아무런 장식없이 쌓았다는 그 유명한 ‘토로네 수도원의 돌벽’, 프랑스 릴의 팔레데보자르 미술관의 ‘유리벽’, 대지미술가 야바체프 크리스토가 캘리포니아 언덕에 설치한 40킬로미터의 ‘천벽’ 그리고 중국의 ‘만리장성’을 빼놓고는 지구 위의 벽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벽’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벽은 무엇이 있을까? 정약용의 설계지침에 따라 거중기를 이용하여 축조하였다는 수원의 화성벽, 좀 거드름을 부려 말하자면 유네스코가 지정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벽’이 있겠고, 우리 민족의 한으로 자라는 봉숭아 꽃잎이 떨어지는 어느 울타리도 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지나쳤던 이웃집의 벽도 무의식 속에 깊이 새겨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서를 가르는 휴전선 철조망이 우리나라 최고의 높은 벽이다. 시대를 너무나 앞섰던 지식인 정약용에 의해 완성된 수원 화성은 뛰어난 조선의 과학 기술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일제 강압기 슬픈 얼굴을 차마 들지 못하던 복숭아를 조용히 달래주던 나무 울타리는 행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줬을 것이다. 요즘 들어 휴전선이 큰소리를 부쩍 내고 있다. 또한 분단과 전쟁이라는 민족적 비운만 안겨주던 벽이 애틋한 사랑을 전해주고 있다. 그 벽을 지나서 반백 년 떨어져 살았던 이산가족들이 만나고, 남북 경제교역의 창고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느 영화에서는 총부리를 겨누던 남북의 군인들이 뜨거운 민족애와 우정을 나누는 곳으로 바로 이곳을 설정하기도 하였다. 여기 벽이 있다. 그 뒤에서 우리의 삶이 시작되고 끝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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